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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의 관계가 아이의 평생을 결정한다.

by 뱅크힐 2025. 9. 14.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나는 부모로서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곤 합니다. 사실 우리가 지금 아이를 키우는 방식은 대부분 우리가 자라면서 부모와 맺었던 관계의 흔적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1985년, 미국 버클리 대학의 애착 연구자인 메리 대인(Mary Main)은 성인을 대상으로 부모와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조사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부모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가 성인이 된 후 자녀를 양육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즉, 내 부모가 나를 어떻게 키웠는지가 곧 내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를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성격은 타고나는 것과 길러지는 것의 합

 

사람의 성격은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으로 경험하는 환경이 합쳐져 형성됩니다. 기질은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오는 기초적인 성향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순한 아이’, ‘까다로운 아이’, ‘반응이 느린 아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순한 아이는 잘 먹고, 잘 자고, 새로운 환경에도 쉽게 적응합니다. 까다로운 아이는 감정 기복이 심하고 고집이 세며, 관심이 많아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기를 좋아합니다. 반응이 느린 아이는 낯선 환경에서 위축되고 수줍음이 많지만, 환경에 적응하면 성실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아이의 성격을 단순히 기질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양육자의 태도와 환경이 기질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비슷한 기질을 가진 아기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엄마와 함께 재우고, 다른 그룹은 따로 재우는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엄마와 함께 잔 아기들이 더 빨리 낮과 밤을 구분하고, 밤에도 깊이 자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즉, 같은 기질이라도 부모의 반응과 태도에 따라 아이의 발달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부모의 반응이 아이의 기질을 바꾼다

 

아이가 장난감을 잘 가지고 놀다가도 피곤하거나 불안하면 부모를 찾습니다. 이때 부모가 따뜻하게 안아주고 필요를 채워준다면 아이는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마음이 편안한 아이로 자라납니다. 까다로운 아이로 태어나도 부모의 꾸준한 보살핌 속에서는 안정적이고 순한 성격으로 변해갈 수 있는 것이지요.

 

반대로 부모가 아이의 요구에 무반응하거나, 짜증스럽게 대하거나, 심지어 화를 내고 체벌을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순한 기질을 가진 아이라 할지라도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관계 속에서 성장하면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고, 성인이 되어서도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결국 부모의 태도가 아이의 평생 성격을 좌우하게 됩니다.

 

 

 

 

 부모의 심리와 아이의 상처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하게 만드는 부모의 특수한 사정도 있습니다. 스스로 감정에 무덤덤하거나 남편이나 시댁 문제로 늘 우울한 엄마, 혹은 아이를 엄하게 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엄마는 아이의 요구에 따뜻하게 반응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관계를 맺으며 자라는지가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부정적 양육 태도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 부모의 허영심: 아이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할 때만 칭찬을 받으면, 아이는 ‘내가 인정받지 못할 때는 가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 자기중심적 부모: 아이를 부모 기준에 맞추려 하며 “너는 이렇게 해야 해”라고 강요합니다. 이는 아이에게 성장의 동기가 아닌 결핍의 동기를 심어줍니다.
  • 무조건 내 방식 강요: “내 말만 따라라”라는 메시지는 아이의 주도성을 꺾어버립니다.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성장할 수 있습니다.
  • 아이를 소유물로 대하는 태도: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아이를 통해 성취하려 한다면, 아이는 부모의 기대를 저버릴까 늘 불안에 시달립니다.
  • 집에서는 호랑이, 밖에서는 양인 부모: 사회에서 좌절한 마음을 가정에서 배우자나 자녀를 통제하며 풀게 되면 아이는 끊임없이 부모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 과도한 사랑: 사랑은 많지만 아이의 마음을 존중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억지로 강요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제입니다.

 

 

 

 부모와의 관계는 나를 통해 아이에게 이어진다

 

현재 내가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화, 불안, 무력감은 사실 과거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경험한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싶거나 때리고 싶어지는 순간, 사실은 내가 과거에 부모와 맺었던 상처가 재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부모가 되려면, 먼저 내가 과거에 부모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성찰하고 그것이 현재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결국 아이의 성격과 관계 맺는 방식은 타고난 기질에 더해 부모와의 관계, 즉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반응 속에서 안정감을 얻기도 하고, 반대로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부모로서 중요한 출발점은 “나는 어떤 부모였던 부모 밑에서 자라났는가”를 성찰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내 아이에게 불필요한 상처가 이어지지 않도록, 따뜻한 반응과 공감, 존중을 바탕으로 한 양육 태도가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가장 큰 선물은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자기 성찰을 통해 꾸준히 배우고 변화하려는 부모입니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는 단순히 오늘 하루의 양육을 넘어, 아이의 평생 성격과 대인관계, 나아가 행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토대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