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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의 발달과 부모의 역할

by 뱅크힐 2025. 9. 11.

 

 

 

유아기는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대략 만 6세까지를 말합니다. 이 시기는 아기가 아닌 ‘유아’로서 독립적인 존재로 자라나며 신체·인지·언어·사회정서적인 발달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시기입니다. 영아기처럼 폭발적으로 크지는 않지만 매년 키가 5~8cm 자라고, 5세 무렵에는 출생 시의 두 배 정도로 성장합니다. 체중은 2세에 출생 시의 4배, 5세에는 5배 이상이 되며, 두뇌도 빠르게 발달해 3세 무렵에는 성인 두뇌 크기의 약 75%, 6세에는 90%에 도달합니다. 6세가 되면 유치 앞니가 빠지기 시작하고 근육과 뼈가 단단해지면서 운동 능력도 크게 늘어나 수영이나 발레 같은 활동을 배우기에 적절한 시기가 됩니다.

 

 

 운동 발달

 

운동 발달을 보면, 3세에는 도움을 받아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원을 따라 그릴 수 있고, 4세에는 달리면서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는 동작을 더 잘 조절하며 옷을 입거나 단순한 글씨를 쓰기 시작합니다. 5세가 되면 계단을 혼자 오르내리고 단추를 잠그거나 신발 끈을 묶을 수 있으며, 사각형을 보고 그리는 등 소근육 조절 능력이 크게 발달합니다.

인지 발달 면에서는 피아제의 인지발달 이론 중 전조작기에 해당합니다. 사물과 상황을 다른 것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상징적 사고가 발달해 소꿉놀이, 병원놀이 같은 가상놀이가 활발해지고, 보이는 대로 판단하는 직관적 사고가 나타납니다. 이 때문에 컵 모양이 다르면 같은 양의 물도 다르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또래나 부모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특성이 있어, 자신이 좋아하는 곤충이나 장난감을 선물로 주며 ‘상대도 좋아할 거야’라고 믿는 행동이 대표적입니다. 생명이 없는 것에도 생명과 감정을 부여하는 물활론적 사고도 많이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자동차가 멈추면 “차가 죽었어”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언어 발달

 

언어 발달은 유아기의 또 다른 큰 변화입니다. 3세 무렵 200~300개 수준이던 어휘가 5세가 되면 2,500개까지 늘어나고, 문장도 4세에는 3~4어절 정도에서 유아기 말에는 7~8어절을 사용할 정도로 길어집니다. 이 시기에는 ‘과잉확대’와 ‘과잉축소’라는 현상도 흔합니다. 모든 둥근 것을 공이라고 부르거나, 자기 집 강아지만 ‘개’라고 하고 다른 개는 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식입니다. 또한 자신이 한 말을 다시 확인받으려는 경향이 있어 “이거 맛있지? 그렇지?” 같은 확인 의문문을 자주 사용합니다.

 

 

 

 사회/정서 발달

 

사회·정서 발달은 유아기 부모가 가장 많이 체감하는 변화일 수 있습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지면서 자율성과 주도성이 커지고, 그 과정에서 감정 표현도 거칠고 격렬해집니다. 더 놀고 싶은데 그만 놀아야 한다거나,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먹어야 할 때 떼를 쓰거나 울기도 합니다. 하지만 금세 웃고 금세 화내는 특징이 있어, 조금 전까지 싸우다가도 곧 다시 함께 노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래와의 관계도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또래는 강화자(칭찬이나 지지), 모델(닮고 싶은 대상), 비교 기준의 역할을 합니다. 부모의 인정뿐 아니라 또래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며, ‘누가 더 좋은 장난감을 가졌나’ 같은 비교를 통해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키워갑니다.

 

 

 

 

에릭슨의 심리사회 발달 이론에 따르면 유아기는 '자율성 대 수치심·회의심'(만 1~3세) 단계를 지나 '주도성 대 되책감'(만 3세~6세) 단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부모의 목표는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주도할 수 있도록 격려하면서도, 또래와의 관계 속에서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즉,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아이가 무리한 행동을 했을 때는 올바른 방향으로 알려주는 균형 잡힌 지도가 필요합니다.

결국 유아기는 빠른 성장과 함께 독립적인 존재로 자리 잡아가는 시기이자, 평생의 사회성과 자아 개념의 기초가 마련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호기심을 존중하고, 자율성과 주도성을 지지하면서도 건강한 또래 관계를 맺도록 도와야 하며,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격한 정서 표현은 발달의 자연스러운 일부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